미처 죽지 못한 파랑 (死にぞこないの靑/乙一)
미처 죽지 못한 파랑 (死にぞこないの靑/乙一)
작가 : 오츠 이치 乙一
옮김 : 김선영
국내·출판사 : 북홀릭
출판 : 2008
평점 : ★★★
시대의 자화상
'미처 죽지 못한 파랑'은 미스터리 계통에서는 유명인인 오츠 이치의 저서로써, 세기말의 일본 정서를 반영한 소설이다. 이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blue 라는 컬러코드에 맞게 음울하고 악의적인 분위기를 다루고 있다. 오츠 이치[각주:1] 특유의 라벨링 소설 답게 시대적으로 문제가 된 이지메라는 소재를 주관적인 시점으로 풀어낸다.
작가 본인이 반성할 정도로 자주 쓰이던 서술트릭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 제법 담백한 문장구조를 띄지만, 주제의 흐름상 이런 담백함이 외려 화자로부터 거리감을 띄게 만들어 미묘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소설의 흐름이 본질적으로 '순수한 아이들'에 의해 자행되는 따돌림과 달리 오로지 교사에 의한 '악의'만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화자는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고 그를 따르는 독자들 또한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죄책감' 이라는 인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 인지는 알 수 없으나[각주:2] 실제 현장을 떠올리며 블루의 코드를 재현한 소설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이지메라는 문화가 사회전반에 걸쳐 아우르는 고질적인 병폐임을 뜻하며 비방하는 본 소설은 시대의 자화상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내용에 대해
말하기가 참 어려운 소설이다. 교사에 의해 자행된 제도라고 할까. 마치 투기장 속의 늑대개 처럼 그릇된 권위 속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한 소년의 모습을 담백하게[각주:3] 풀어내렸으며, 인간 심리의 괴락을 표현하고자 한 표현이 곳곳에 보인다.
오츠 이치 특유의 문법을 기대했으나, 위에서 언급했듯 아무래도 장르상 서술트릭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간 심리의 괴락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어른의 상상으로 풀어 낸 '어른아이'라는 기분이다.
아마도 너무나 담백하기 때문일까. 이해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과정이 단절되었으며 받아들이기 위해 고려할만한 상황조건이 모조리 잘려나간 느낌이다. 또한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힘들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이지메 문화는 점차 한국으로도 밟을 넓혀오지만. 이 쪽과 저 쪽은 그 '양과 질'이 다르다. 우리는 한 두명을 중심으로 한 '왕따'라면, 저 세계는 '모두로부터 고립된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말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며, 짜릿할만한 반전도, 가슴깊이 욱신거릴 감동이나 슬픔도 없다. 오츠이치 다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즐겁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라는 의미다.
줄이며..
어떤 글이든 그다지 나쁜 소리를 하지는 않지만.
본 소설을 누군가에 추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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