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타이틀 : 재와 환상의 그림갈
장르 : 판타지
작가 : 주몬지 아오
일러스트 : 시라이 에이리
역자 : 이형진
펴낸 곳 : NT Novel
포스트 수록 리뷰 - 1권
■ 리뷰 페이지
0. 시작
어디선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야유소리랄까, 어쩐지 군중의 웅성거림 같다.
하루히로는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뜬다. 어두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지나치게 조용한 공간 속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깨닫는다. "거기 누구 있어? / 아.. 나 있어 / 나도" 서로의 얼굴이 구분되지 않는 어두운 장소였기에 소리에 의존해 서로를 소개한 이들은 '이곳은 어디인가'에 대해 토론한다. 최초의 질문은 명확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답할 수가 없다.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기억 베이스가 결여되어 있었다.
몇몇 용감한 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로에게 의지해 고립된 공간을 탐색하던 그들은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단단하고 두꺼운 문. 마치 빗장이 걸린 것 같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들은 그 빛에 매달려 소리지르며 구원을 요청했다. 공포와 싸우며 빛 한줄기에 의지해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윽고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림갈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작은 고양이들.'
1. 재도전? (리뷰를 가장한 팬픽)
나노는 몹시 화가나있었다.
위쳐3를 플레이하던 중, 평소 발에 채이던 돌처럼 여긴 와일드 독들에 둘러싸여 살해 당했다.
아무리 잠결에 당한 협공이라지만 고작 이 따위 저급한 동물들에게 죽음을 맞이하다니? 플레이어인 나노는 분노했고 불러오기(재도전)을 눌렀다. 잠시후 시간을 되돌린 장소가 리벤지 장소로부터 말로 3분을 가야하는 거리임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나노는 달린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다른 임무를 찾았을 터였다. 그러나 어쩐지 나노의 화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는 말의 허리를 박차며 질주했다. 마침내 와일드 독의 군락지에 어느정도 접근하자, 말에서 내려 허리춤에서 강화 포션인 '벼락'과 '악령 정수'를 꺼내 들이켰다. 체력 게이지가 초록색으로 거무튀튀하게 빛나며 '중독' 상태에 빠졌음을 알리지만 분노에 눈이 먼 복수자 나노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그는 침착하게 은검에 기름을 발랐고, 직후 이성을 잃고 와일드 독의 무리에 돌진했다.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진다. 와일드 독에게 희망이란 없다.
그들이 남길 수 있는 것은 단발마와 같은 울음뿐이다.
'한 번' 실패했기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무모한 것 같으면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회피하고 반격한다. '경험'하며 '기억'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실수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당하는 것은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재도전에는 '실패'가 없다.
혹여 한 번의 '실패'로는 승리에 도달할 수 없는 강대한 이에게는 몇 번이나 도전을 반복한다. '그러면 된다.' 경험은 '미래예측'에 도달하고 예측은 숙련된 몸놀림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게이머는 '도전을 거듭해' 패배조건을 '침묵'시킨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면 게임의 승리조건 따위는 보잘 것 없는 자가만족의 명예와 같다.
'플레이어' 나노는 승리를 취했지만 화가 식지 않는다. 실은 아직 살해당한 시점으로부터 로딩중이었기 때문이다. 로딩이 끝나면 자신이 취할 행동에 대해 상상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것임을 '한 점도 의심하지 않았다.'
로딩은 계속된다. 거의 십여분간 로딩이 계속되자 나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깨닫는다. 무슨일인가 싶어 패드의 HOME 버튼을 누른 순간 하얀 메시지창이 눈 앞에 자리한다. 나노는 경악한다.
' 저장된 파일이 손상되어 더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
재도전에는 실패가 없다. 비록 당장에 승리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몇 번이나 재시도할 수 있는 '게임 속 세상이라면' 게이머는 실패를 되돌리는 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십사만사천초의 기억을 축척해 강대한 존재가 되었던 '캐릭터' 나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쉽고 억울하며 원통한 기분에 젖은 '플레이어' 나노는 강렬한 기시감과 함께 강한 현기증을 느낀다.
눈 앞이 어두워진다. 억만가지 사고가 교차하고 태어나 맞이했던 무수한 감정선이 충돌해 부서지고 사그라진다.
정신이 들자 뇌리에 남은 것은―
' 팔억삼천오백칠십만사천 초의 삶을 살아온 당신에게 경의를 '[각주:1]
이라는 문장과― 주변을 가득 채운 '굶주린 들개'의 위협소리 뿐이었다.
인간은 실패로부터 강인해진다.
단 한번도 실패를 겪지 않은 자는 '새로운 정보'에 한 없이 무력하다. 그 때문에 인류는 실패를 통해 '경험'이라는 성장발판을 마련해왔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과거처럼 무겁지 않은 것 또한 그런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재와 환상을 다룬 그림갈의 세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변방을 누비는 의용병들은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는다. 무구를 정비하고 등 뒤를 안심하게 해줄 든든한 동료들과 연대한다. 지금부터 만날 적에 대해 조사하고, 최상의 몸 상태를 마련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불시에 벌어질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작전을 구상하고 동료에게 주지시킨 후 일격필살의 각오로 적을 기습한다.
왜?
죽고싶지 않아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어쩌면 그런 선택지를 고른 자도 분명 있었을 터다. 그렇다면 떠나지 않고 남은 이들에게 '왜'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그림갈이 여타의 다른 소설과 구분되는 것은 그 부분에 있다.
이들에게는 '선택'이라는 공정한 기회가 남아있지 않다.
새로운 세계로의 전생은 이미 흔하디 흔해 더는 신선함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림갈에서의 전생은 그 형태가 조금 다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전생이라는 감각은 그저 그 사람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일 뿐으로 그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들은 컴퓨터나 게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쉽게 납득하지만 그것이 결국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자는[각주:2] 필연적으로 충동에 몸을 맡긴다. 분명 이 불확실한 상황에 근심도 있었겠지만, 분명 그들은 가벼운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이른바 말하는 '현실감각'이 결여된 세계에서 그들은 인지하고 분석하고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용병 신입들이 맞이한 세계는 지극히 가혹한 것이다.
하루히로는 말했다. '마치 게임 같다고'
그런 세계였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실패한다면 다시 시작한다. 도저히 공략법을 모르겠다면 웹이라도 뒤져보면된다. 누군가 플레이한 영상을 보며 상황을 분석하고 무엇이 실패의 원인이었는지 깨달을 수도 있다.
그랬더라면, 누군가 죽어도 유쾌한 조롱과 함께 '기다릴테니까 빨리 오라고' 라는 위로를 던졌을터다.
'재미있는 일'이 되리라 들뜬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는 '재도전'이 없다.
2.
속삭임, 아리아, 기도, 눈을 뜨라
새로운 세계에 합류한 견습 의용병들의 첫번째 일은 우선 그림갈에 적응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거리, 새로운 문화, 음식, 화폐, 도구, 침대, 의복… 어차피 없을 자신의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는 거리와 사물의 모습에 의용병들은 방황한다. 그들은 막연한 앞으로의 행동방침을 해결하기 위해 같은 환경에 처한 의용병들끼리 그룹을 이룬다.
그 무리에는 하루히로라는 축 처진 눈을 가진 소년도 있었다.
본 작은 이 하루히로라는 소년을 통해 그림갈에 시선을 맞춘다. 특이한 것은 하루히로를 포함하여 그림갈을 방문한 소년·소녀들에게는 기억이 없다. 더욱이 기억을 찾고자 하는 발상조차 결여되어 있다. '그게 뭐였지? 하고, 아무리 떠올려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라는 것이 그들이 가진 기억상실의 반응구조다. 그들은 새로운 사물을 접함에 따라 생전에 기억하고 있던 '경험'과 현상을 비교하지만, 금새 그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사고가 아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포커스를 갖추고 있다.
행동방침은 생존을 위한 것이며 그것은 비단 조악한 날붙이에 의한 위협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더위, 추위, 배고픔등에 대한 기본 생존권에서부터 시작하여 계도받지 못한 무수의 위협으로부터 발버둥친다. 도시를 떠나 위험한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 또한 식비와 의복 그리고 숙소의 요금지불 같이 의식주에 관련된 것 뿐이다.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그런 누구나 아는 것들에 대해 이들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었지만, 이를 위해 미지의 적과 조우하면서도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내일은 버틸 수 있을까' 라는 형체 없는 불안에 의해 강제로 내몰리고 있었으나, 불투명한 내일을 그리면서도 그들을 이끄는 따뜻한 한 줄기 등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등불은 어둠으로 가득한 그림갈에서도 꾸준히 타오르고 있었다. 어둡고 복잡한 미로속이지만 등불은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시위를하지도 무력한 방법을 강구하지도 않은 채 그저 나아간다. 빛에 이끌려 하루히로는 등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 따뜻함에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어둡고 적막한 숲 속을 비추고 지나왔던 길가에 그을음을 남기며 등불은 흔적을 남긴다.
화려하게 타오르지도, 뜨거운 열기도 없었지만 그 불빛은 모두를 위로했고 안심하게 만들었다.
이 등불이 있으면 나아갈 수 있다고. 하루히로 일행은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여 값진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어둡던 미로 위로 태양이 떠오른 느낌이지만 실은 벽이 낮아졌다는 것을 하루히로는 깨닫는다.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점차 능숙해질수록 벽은 점차 낮아져 어쩐지 발 뒤꿈치를 들면 미로의 끝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모든게 등불 덕분이다. 등불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어. 모두 네 덕이야. 하루히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을 떠보면 어느새 동료 모두가 등불의 손잡이에 손을 얹고 있었다. 다 같이 하늘로 들고 등불을 자랑하듯 벅찬 미소를 지어보였다.
등불은 흔들리고 반짝였으며, 어느 순간 무엇보다도 밝고 뜨겁게 타오르며 '팟' 하고.
■■■.
타이틀 :
재와 환상의 그림갈
. 1장르 : 이세계 판타지작가 : 주몬지 아오일러스트 : 시라이 에이리역자 : 이형진펴낸 곳 : NT Novel평점 : ★★★☆
Original Soundtrack :
1. 소설 '재와 환상의 그림갈' 1권에 대하여 (스포有)
소설판 그림갈은 '대영웅이 무직인게 뭐가 나빠'의 저자 '주몬지 아오'이다. 두 소설은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세계 그림갈에서는 2. 항목에서 언급한 '하루히로'가 주인공이 된다.
하루히로는 게으르고 겁이 많고 비관습적인 듯한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작중에서는 끊임없이 상황을 인식하고 해설하며 사고한다. 그로인해 독자는 하루히로가 풀어내는 시야 속에서 상황을 인식하게 되고. 가벼운 활극소설이 아닌 공포와 투지로 점칠된 그림갈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하로히로 일행은 이끌어 가는 것은 '마나토'라 불리우는 신관이다. 명석하고 사람좋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실질적인 그룹의 리더로서, 파티의 붕괴를 막고 목표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마나토는 신관[각주:3]이면서도 부족한 파티의 방어를 위해 전선에 나서 동료를 보호하기 무기를 휘두른다. 그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파티가 무너지지 않도록 빈 공간이 발생하면 직접 메이스를 휘두르기도 한다. 파티원은 그런 그를 신뢰하고 있으며 이는 작중 하루히로의 고민에서도 드러난다.
축 처진 눈매가[각주:4] 다소 약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는 도적 하루히로. 불량하고 거만하지만 주관이 확고한[각주:5] 태도를 감추지 않는 암흑기사 란타. 커다란 체구에 겁을내지 않는 듬직한 등으로 모두를 지키는 전사 모구조. 소심하고 겁 많고 유약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각주:6] 마법사 시호루. 파티의 우울함을 날려버리며 모두가 웃게 만드는 개구장이 소녀 사냥꾼 유메[각주:7]. 자신을 따라주는 모든 이들에게 자만하지 않고 감사를 표하며 힘든 결정에도 다정하게 다독이는 리더 신관 마나토.
본작이 본격적인 세계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은 파티의 리더인 마나토의 '■■[각주:8]' 이다. 이는 그가 하루히로를 비롯한 동료들을 감싸주기 위해 가벼운 상처에도 치유 주문을 남발함하게 된 결과[각주:9] 치명적인 부상을 회복하지 못함으로써 벌어진다. 긴장을 풀고 웃고 떠들며 서로에 대해 미소를 주고 받는 상황 속에서 벌어진 본 사건에 의해 그들은 현실적인 '재앙'을 맞이한다.
그들은 비극의 주인공으로써 세대의 지주를 짊어지게 되지만, 정작 누군가의 죽음을 인정하기 이전에 의식주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하루히로, 모구조, 란타 3인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나토가 생전 이용했던 주점에 들러 맥주잔을 부딪힌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떠올리지 못한 채 어쩌면 잡일이라도 할까 라는 란타의 고민에 나머지 둘은 할말을 찾지 못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그들이 겪은 지독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누군가에게는 술잔 앞에 놓인 안주거리이지 않은가.
지독한 죄악감과 절망감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등을 두드린다. 같은 의용병 출신이면서 그들과는 다른 출세가도를 달리는 의용병 동료의 '동정'에 분노하고 이윽고 결의한다. 하루히로네는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다시, 라기보다는 주저앉아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들은 '비어버린' 신관을 어떻게든 영입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마침 홀로 남아 파티를 구하던 신관을 소개 받게 된다.
새로운 동료 신관 '메리'는 차가운 인상을 지닌 미녀였다. 파란 머리색과 발끝까지 내린 청포. 그리고 외모만큼이나 차갑고 예리한 목소리.
이제 어떻할거야? 하루히로네와 갑작스레 호출받아 당황스러워하는 나머지 동료들[각주:10]에게 메리는 그런 첫 마디를 건넨다. 그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하루히로는 잠시 고민해봤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다. 마나토가 그룹을 이끌어줄 때에도 그들이 다녀간 곳은 그가 스러져간 유적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유적지를 방문해서도 그들은 좀 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전위의 빈곳을 담당해주던 신관이자 보조 탱커인 마나토와는 달리 메리는 최 후방에서 시호루의 곁에 멀뚱히 서 있던 것이다. 전위에서의 싸움을 돕는 것이 어떠하냐는 요청에 그녀는 단호히 거절한다. 또한 적의 공격에 귀를 베여 상처입은 란타가 피를 흘리며 치료를 요청할 때에도 그녀는 냉혹히 거절하며 싸움을 지속하라 말한다. 이에 란타가 분노하지만 눈 앞의 적을 잡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이 냉전은 전투가 끝난 시점에서 마을로 돌아오기까지 계속된다.
어째서 전투를 돕지 않는거야. 하루히로와 동료들은 그런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하루- 이틀. 그리고 삼일에 걸쳐 이전이라면[각주:11] 우습게 싸워 이겼을 적들로부터도 생사를 논하는 싸움을 계속한다. 하루히로는 조금이라도 그녀와 친해지고자 마을에서의 뒤풀이에 참석을 권하지만 역시나 메리는 거절한다. 머쓱해진 그는 내일을 기약하며 작별한다.
이윽고 냉전의 끝에 지친 란타가 주점에서 터뜨린 불평불만에 그들은 나서서 긍정하지는 않지만 파티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 때 마침 과거 그녀의 동료였던 자를 만나게 됨으로써 그들은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째서 메리가 그렇게[각주:12] 행동하는지. 메리가 왜 치유를[각주:13] 쉽게 하지 않는지. 어째서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지. 그에 대해 고민하고 망설이며 결의한다. 이윽고 자신들이 메리에게 손을 내미는데 망설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다음 날, 다시 유적지를 찾은 그들은 전과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유메와 시호루는 메리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사소한 이야기라도 건내게 되었고, 란타는 그녀가 전투중 발생한 작은 상처를 무시해도 그녀에게 불평하지 않았으며, 하루히로는 그녀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관찰하게 되었다.
이는 전투중 전위가 놓친 고블린 한마리가 시호루를 향해 달려들 때, 이를 가로막으며 보호하는 메리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전투가 계속 된 후, 일행이 어느 폐허의 한켠에서 휴식을 취할 때. 하루히로는 넌지시 메리에게 말을 꺼낸다.
메리, 할 이야기가 있어. 하루히로의 그 말에 메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마주 본다. 할 말 있으면 하지 그래. 다소 공격적인 그녀의 말투에 하루히로는 당황하지만 이윽고 진정한 채 그녀에게 진심을 건낸다. 손을 내민다. 우리의 동료가 되어달라 말한다.
실은 메리는 걱정하고 있었다. 파티의 분위기가 지난밤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모두 무언가 억눌린 것 처럼 행동했다. 자신의 눈치를 살폈다. 란타는 불평하지 않았고 모구조는 전위의 빈틈을 만들지 않으려 더욱 과감해졌고 유메와 시호루는 자신에게 미묘하게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리더인 하루히로가 잠시 쉬는 틈에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꺼내었다. 그녀는 이윽고 또 다른 파티를 구해야 하는걸까 생각했고 한숨을 쉬었었다.
하지만 하루히로의 진심을 듣자 메리는 고개를 떨군다.
그의 진심에. 메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진심에, 그녀는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2. TV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간극
소설 재와 환상의 그림갈 TV 애니메이션은 감독 나카무라 료스케가 담당하여 '
A-1 Pictures' 에서 제작되었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 PV [ANIPLUS]
애니메이션판의 제작에 앞서 원작의 팬들은 저예산 애니메이션이 아닌지 다소 우려를 표했으나, 실제 작품의 퀄리티는 생각보다 높아 안도했다고 한다.
※ 첨언
필자가 애니메이션판과 원작 소설의 간극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본 작품을 TVA와 소설중 어느 쪽을 먼저 보는게 좋아?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임을 먼저 명시해둔다.
필자는 항상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둔 작품의 경우 반드시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소설이라는 것은 글을 통해 독자의 심리를 저울질하며 상상을 부풀릴 수 있다. 이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이며 자신의 상상을 통해 세계의 모습, 인물의 외모 등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물을 먼저 접한 경우, 그 영상 속 이미지와 소리가 각인되어 글을 읽었을 경우 거기에선 좀 처럼 재미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상상이라는 가장 고유한 흥미 본위의 인식행위를 영상미를 먼저 접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재와 환상의 그림갈 TV 애니메이션판에 대해서는 하나의 말 밖에 전할 수가 없다.
'초월제작'
본 작품의 소설을 보았다면 애니메이션 또한 보기를 권유한다. 이는 원작에서의 다소 부족한 설명과 세계관의 인식, 사건의 전개를 애니메이션에서 보다 다채롭고 다양한 내용으로 풀어주기 때문이다. 원작이 완벽할 때에는 아무래도 좋지만 본 소설의 경우 인물들의 심리 설명이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는 점차 후권으로 나아갈 수록 나아지는 부분이지만. 그것은 '본 소설이 캐릭터에 대해 잘 설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런 원작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살리려 많은 노력을 했고, 이는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내용의 참신함에도 갈채를 보내게된다. 특히나 1권의 '장례식'과 '최후의 전송'. 그리고 작중 '유메가 슬픔에 지쳐 쓰러지던 장면'에서도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지함'과 '무거움'을 느낄 수 있다.[각주:14]
OST 또한 훌륭하며, 장례식 등에 삽입된 곡들은 절정의 연출을 선물한다.
필자의 기준으로 원작을 이렇게까지 초월이식한 사례는 몹시 드문 경우이므로, 원작을 본 독자들은 반드시 애니메이션도 보셨으면 하고 바란다.
허나 이는 '본 애니메이션과 원작 소설간의 간극'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애니메이션 자체의 급을 높다 낮다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각주:15]
한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하루히로의 외모가 너프되었다는 점일까. (눈물)
※ TV 애니메이션판의 하루히로
※ 원작 소설속 하루히로
그러면 또, 2권 리뷰에서.
- 계 속 -
■ 팬픽
※ 작성중
ex: 원고 SAMPLE -
누군가 휘두른 단검에 뚝뚝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붉은 피에는 무언가 비현실적인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비명과 고성이 길드를 가득 채웠지만 나는 어쩐지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 기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말하는 '게임 감각'이라는 것이 이 정체모를 상황에 익숙함을 주고 있었다.
마치 게임같아 하고 누군가 말하자, 그렇네. 그런데 게임이 뭐였지, 하고 정작 말을 꺼낸 자신이 되묻는다.
나는 누구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화상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야. 모두가 그래. 그래서 어쩐지 겁이 나지는 않는다. 타의에 의해 마련된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치 모험자 같아. 아니 실제로 그런가? 나는 조금 들뜬 기분이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제는 '동료'가 된 이들도 마찬가지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굉장하잖아. 고블.. 린? 이제 그걸 잡으러 가는거지? 선두를 맡은 빨간머리의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여자아이는 응, '그림갈'에서는 가장 약한 녀석중 하나라고 하나봐.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이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예쁜 사람이다. 얼굴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상냥해서 어쩐지 시선을 마주치고 있으면 쑥쓰러운 기분이 된다. 마찬가지로 조금 쑥쓰러워진걸까. 애매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는 다시 앞을 바라본다. 허리까지 오는 새빨간 머리카락이 눈 앞에서 흔들리고 반짝인다.
그녀는 '도적'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선두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적의 존재를 색적하는 것이 로그인 그녀의 역할이라고 한다. 손에는 작은 단궁을 들고 있다. 마치 장난감처럼 생겨 있지만 허리에 매달린 화살통을 보면 사용 용도는 분명해 보인다.
나는 적과 조우시 그녀를 지키는 '전사' 역할을 맡았다. 사선 뒤에서 그녀를 따르며 그녀가 주먹을 쥔 손을 들어보이면 즉시 주변을 경계하며 언제든지 전면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럴 때는 팔꿈치에서 손끝 길이 정도 되는 짧은 검을 세운다. 짧다고는 말했지만 실제로 들면 그렇지도 않다. 쇠붙이라 그런지 의외로 묵직한 그것은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는 딱 적합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뒤를 돌아보면 '마법사' 역할을 맡은 소년과 '신관' 역할을 맡은 소녀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다. 어쩐지 산책나온 느낌으로 수다를 떨고 있어서 선두 바로 뒤에서 나뭇가지를 베어내며 길을 만들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전사는 그런 '역할'인 모양이고.
마법사를 맡은 소년은 1미터는 되어보이는 듯한 단조롭게 생긴 막대기… 가 아니라 스태프를 들고 있었고. 신관인 소녀는 작지만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는 메이스를 붕붕 흔들고 있다.
원래는 그들의 뒤에 '성기사'를 맡은 키만 멀대 같이 큰 사람이 하나 더 있었지만.. 조금 전 배가 아프다며 멋대로 마을로 돌아갔다. 근처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래도 힐끔힐끔 리더인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보니 여긴 또 멋대로 뇌내 꽃밭을 피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 그룹에 들어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일행이었던 무리'는 길드에서 해산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사람들끼리 뭉쳐 화합을 이루더니 하나 둘 퇴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은 것은 나를 제외한 소수의 인원. 다들 현실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함께하자고 말이라도 꺼내봐야하는걸까, 라는 조급한 공기가 거기엔 없었다.
나는 어쩐지 '떨거지'라는 느낌이 싫어 황급히 길드를 나왔다. 처음엔 소란스러운 야시장을 구경하고 밤거리를 거닐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내 갈 곳을 잃어 작은 돌다리 위에 주저앉았다. 차가운 돌바닥에 닿자 주머니 속 동전이 짤랑 거렸다. 무심코 다리 밑으로 던질뻔 했다.
한숨을 크게 내쉬며 궁상을 떨고 있자,
파티 구하셨나요, 하고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이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녀는 당시 작은 그룹에 권유받아 들어갔지만 그룹원들의 저속한 성희롱에 질려 나왔다고 한다.
왁자지껄한 마을의 풍경과 달리 어쩐지 고립된 기분을 느끼고 있던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역시 동료가 필요해요, 라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길드에 남아있던 이들을 맞이했다.
여하튼 결국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천막집에 묵기로 했다. 식비가 싼 그림갈이었지만 숙박은 의외로 상당한 지출을 강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룹원들과 이야기하여 당분간만 참자고 결론이 났다. 돈이야 금방 모일테고 곧 좋은 여관방에 묵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벌써 삼일째 우리는 숲 속을 해메고 있다.
탐험한 지역에 한정하여 지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섬세하진 않지만 나름 알아볼만한 지도다. 다만 정확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지도는 마을을 기점으로 원형을 그리며 탐색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첫날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지만 이튿날에는 이런 저런 동물들을 사냥했다. 초식 동물이라고는 하나 하나같이 날렵했기에 초반에는 무기를 휘두르긴 커녕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운이 좋았던 것인지 예의 성기사군에게 일류의 돌팔매질 재능이 있다는 것이 우연히 밝혀졌고 그 덕에 어느정도의 소득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작은 들짐승들을 시장터에 내놓는 것으로 겨우 하루를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 하루 한끼를 버는 정도로는 턱 없이 모자라다. 고작 이틀 정도 숲에서 해메인 것 만으로 옷 여기저기에 구멍이 뚧렸다. 남자는 그나마 괜찮지만 여성진은 바로 문제가 된다. 특히나 우습게 보던 수풀에 베이기라도 하면 풀독이 올라 금방 벌겋게 달아오른다. 상처를 치료할 약은 기대도 못한다. 그나마 신관군이 치료마법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건 탐색이 모두 끝나고 숲을 벗어날 때 뿐이다. 탐색 중에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처에 하루 제한이 명백한 치료마법은 아무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비도 그렇다. 전사인 내 역할이 고작 '길 만들기'인 이상, 제대로 나뭇가지를 잘라낼 도구도 필요하다. 금방 더 좋은 무기를 사겠지 싶어 나뭇가지를 베어내는 데 썻던 짧은 검은 날이 뭉그러진지 오래다. 교체는 커녕 수리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지금은 그냥 나뭇가지를 부수는 용도로 쓰고 있다. 선두에서 리드하는 그녀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처음부터 몸 전체를 감싸는 천로브를 두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찢어질대로 찢어져 양팔에 감아 풀독을 막는용도로 사용중이다. 무릎을 끓어안는 일도 많았기에 각반도 부서져 지금은 무리해서라도 허리만 숙여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렇듯 그룹을 이끌고 독려하며 가장 선두에서 리드를 맡은 그녀와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열 걸음 거리를 유지한 채 뒤를 따르는 나도 다른 이들에 비해 고생이 많다. 보통은 성과에 따른 분배를 요구하여 보다 나은 장비와 여건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일인당 하루 숙식비를 버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녀도 그걸 알기에 힘든 표정을 짓지 않는다.
애초에 그녀는 의지가 곧고 만인에게 다정한 성격을 지닌 것 같지만 리더로서 군림하기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다. 리더라면― 그래, 보다 카리스마 있고 다른 이들이 순응할 수 있는 위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학예회를 준비하는 유치원 교사 같은 느낌이다. 너무나 상냥하지만 동등한 상대를 이끌 리더쉽이 없다. 다른 이들도 미숙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떨거지로 남았던 거겠지만. 아니 그보다 학예회? 유치원? 그건 또 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어깨가 축 처진 그녀의 등 뒤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이게 다 등뒤의 저 녀석들 때문이다.
탐색을 개시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갈증이 느껴져 가방에서 수통을 꺼낸다. 앞서던 그녀도 아무래도 지쳤는지 걷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야 그렇겠지. 탐색을 개시하고 세시간은 족히 지났을텐데. 하물며 포복에 가까운 낮은 자세다.
그런 그녀를 걱정하고 있을 즈음, 멀리 어딘가에서 희미하게나마 경종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을 떠나 세번째 듣는 소리다.
시계가 귀한 이 세계에서는 매 두시간마다 울리는 마을의 종탑 소리가 유일하게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러니까.. 에 또. 그럭저럭 오후 네시가 된걸까.
아차.
앞서가던 리더의 등 뒤로 뛰어가 어깨를 두드린다.
어째선지 '후응!' 하는 괴이한 소리를 낸 그녀는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뒤돌아본다. 종 울렸어요. 고생했어요. 세시간쯤 지나지 않았나 했는데 그게 맞았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네요. 돌아가죠. 그렇게 말하며 일행의 후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녀의 어깨를 다시 두드리고 수통을 내민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놀라지 않는다.
지친 그녀를 대신해 내가 선두에 선다. 선두라고는 말해도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일이다. 나무 그루터기에 표식을 남기며 왔기에 딱히 길을 잃어버릴 위험은 없다. 그녀는 등 뒤에서 돌아가는 길과 작성한 지도를 대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저 멀리 마법사군과 신관양이 따라오고 있다. 이들도 지쳤는지 좀 전과 달리 말이 없다. 아니 그 보다 땅을 보며 걷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도 허탕이구나, 하는 허무함 때문 아닐까.
어제 술집에서 떠들던 킷카와라는 의용병 선배 말로는 하루..? 어쩌고 하는 선배네가 죽음의 반점이라는 거대한 코볼트 괴수를 죽였다고 한다. 어째선지 마치 본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듯 설명하는 바람에 우리 그룹도 연거푸 그래서? 그래서? 하며 몰입해버렸다. 듣기로는 처음에는 딱히 특출난 것 없는 늦깍이 그룹으로 우리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했다고 하는데 어째선지 킷카와는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법사군은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라고 말했고. 성기사군은 그렇네, 뭐 이 몸이 있으니 금방일테지 하고 폼을 잡았다. 다음날 배가 아프다며 혼자 마을로 돌아간 녀석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표식을 되짚으며 어디쯤 온 걸까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될거에요, 하고 옆에서 머리만 쑥 내민 그녀가 말했다. 마음이라도 통한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쑥쓰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지도가 있었다. 그녀가 남긴 표식은 모두 서로 다른 특정 기호가 쓰여있어 지도에서도 현재 위치를 세세하게 알 수 있다. 그 퀄리티와 안정성을 생각하면 다소 느려진 탐색 속도도 감안할 수 있다.
- 줄임 -
추가 : 2016.12.28일 추가 작성中. 12/31 업데이트 예정.
- 스크랩드 프린세스 [본문으로]
- 일생의 경험이 무의미해진 자는 [본문으로]
- 그림갈에서의 신관은 주로 파티의 후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군을 위한 가호를 준비하거나 호법을 이용하여 마법사를 보호하는 등 지원가 역할을 수행한다. [본문으로]
- 컴플렉스다. 정확히는 란타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본문으로]
- 이기적인 [본문으로]
- 그래서 마법사라는 파티의 '메인 딜러'이면서도 지원 마법만 익혔다. [본문으로]
- Y.M.T [본문으로]
- 죽음. 산자가 아니게 됨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 모든 기도와 마법의 술식·의식은 술자의 능력에 따라 하루 정해진 만큼의 사용 횟수를 제한당한다. 이는 휴식 및 명상을 취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본문으로]
- 유메와 시호루 [본문으로]
- 마나토가 있었다면 [본문으로]
- 파티의 전위를 돕지 않고 후방에서 마법사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지 [본문으로]
- 전투가 끝난 다음에야 하며, 또 가벼운 상처는 무시하는지 [본문으로]
- 심지어 원작에서의 하루히로는 유메를 껴안은 채로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는 식으로 서술하여 진지한 슬픔에 대한 인상이 부족하다. 외려 외설적인 느낌을 강조하여 장난스럽게 느껴진다. [본문으로]
- 굳이 평가한다면, 본작의 애니메이션은 필자의 취향저격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알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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