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바코 (Shirobako, シロバコ=白箱)
Shirobako (シロバコ=白箱)
타이틀 : SHIROBAKO
장르 : 업계, 성장,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제작 : P.A.WORKS
감독 : 미즈시마 츠토무
방영일 : 14.10.09.
등급 : 15세 (국내)
종합 : ★★★★
Original Soundtrack : 돈돈 도너츠 돈 하고 가자!
■ 시로바코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방영하는 일본의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 미즈시마 츠토무와 P.A.WORKS가 뭉쳐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업계를 담아낸 애니메이션으로, 여관의 종업원 으로 일하게 되는 여고생 마츠마에 오하나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근로 애니메이션 꽃이 피는 첫걸음에 이어 P.A.WORKS가 선사하는 '일하는 여자아이(働く女の子)' 시리즈 제2탄이다.
본 작품의 제목 SHIROBAKO(シロバコ=白箱)는 영상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제작자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최초로 입수할 수 있는 결실물을 뜻한다. 명칭의 유래는 VHS가 주류 영상 저장 매체였던 시절 제작자들에게 배포되었던 '결실물'의 형태가 새하얀 무지(無地) 케이스에 담긴 비디오테이프였기 때문이라고. 현재는 DVD가 쓰이고 있다.
본 작품은 바로 이 SHIROBAKO의 완성을 목표로 분투하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온갖 트러블, 창조적 작업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좌절, 집단이기에 발생하는 결속과 충돌 등을 담아낸 군상극이며, 동시에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갔거나 혹은 들어가고자 하는 다섯 명의 각양각색 여성들의 노력을 그린 이야기다.
- 나무위키 -
■ 작품이 전하는 것.
본 작품은 완성을 목표로 분투하는 애니메이션 업계를 속속들이 풀어내어, 하나의 목표에 얼마나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미야모리씨는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 - 세가와 미사토
하나의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획을 구성하고 설계도를 만들고 색과 재질을 정하고 누가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업무를 분담한다. 서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때로는 그에 대해 질타하고 비난하며 위로와 격려를 나누기도 한다.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고 질이 낮으면 고쳐 만들기도 하며 서로가 바라는 방향에 대해 깊게 토론하고 때로는 지금까지 만든 '결과'를 무시한 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저 '종료'하고 끝맺음하는 것이 아닌, '완성!' 하고 크게 외치기 위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린다.
어째서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것일까. 어째서 더 높은 이상을 꿈꾸는 걸까. 어째서 '바른' 모습으로 완성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는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 아냐?' 라는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완성을 향한 목표에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며 온갖 말썽을 통한 불안과 불만도 발생한다. 그로 인해 태어난 분쟁에는 책임을 회피하여 자신의 책을 줄이려는 기만도 있고, 도망치고 외면하는 일도.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여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다. 때로는 그런 복잡한 일들이 일의 경과를 무너뜨리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의 시각에서. 다양한 현장의 모습으로. 그렇기에 비로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그들의 이야기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요, 하고 묻는 것처럼.
평생에 걸쳐 수 없이 자문했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나'를 찾는 과정이지 않을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 미야모리 아오이
그 작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그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지반이 불안해 몸이 휘청거려도. 수없이 많은 불안과 절망이 귀를 쾅쾅 울려대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 그 해답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않고 올곧게 받아들이며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이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이 아닐까.
작중 주연들은 그 의미를 찾기 위해 거리를 내달렸다.
때로는 좌절을 겪으며 벽에 부딪히고 현실과 꿈의 모순점에 휘말려 길을 헤매기도 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자신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느끼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기도 했고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된 위치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도달하고 싶은 곳이 확실하게 보인 덕분에,
지금 뭘 하면 되는지 보이게 되었어'
- 키노시타 세이이치
지치고 힘든 순간에 미야모리를 격려한 것은 '힘내' 라며 선물 받은 향초
주인공이자 제작진행인 미야모리는 주어진 모든 일을 성실한 자세로 임했다.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과히 겸손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다. 온갖 말썽 속에서도 그녀의 그런 성실한 모습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미소를 끌어냈다. 포기하지 않고 전력으로 투구하는 것. 그녀는 고민하기를 망설이지 않았고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즐겁다고 하셨어. 자신도 아직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나도 그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 야스하라 에마
'괜찮아. 반드시 해낼테니까.'
애니메이터 야스하라는 자신이 능력에 대해 고민하고 또 낙담하기도 했다. 능력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어느새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사람들의 신뢰를 받았다. 허세를 부리거나 기만하거나 하지 않고 솔직하게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모습을 통해 누군가의 동경을 살 수 있는 사람으로서말이다.
'어떤 경험이 도움될지 모르는 법이지?'
- 사카키 시즈카
'난 괜찮아'하고 말했왔던 사카키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
신인 성우인 사카키는 일이 좀 처럼 잘 풀리지 않았었다. 자신과 달리 앞으로 나아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질투를 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외려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작은 일 하나하나가 점차 경험이 되어 그녀의 자신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한 끝에 그녀는 길 위에 설 수 있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어요.' 하고.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
'계속하지 않으면 일이라는 건 재밌어지지 않는 법이지.'
- 카와노 유키야스
꿈꾸던 일을 배워나가는 토도.
(와 엄마 에맛치)
3D CG를 담당한 토도의 경우는 더욱 직관적이다. '목표'를 위해 안정적인 위치에서 내려왔다.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행동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문을 수 없이 던졌다. 일하고 있던 회사의 사장이 옥상에서 전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봐. 무슨 일을 하든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하면 시작도 안되잖아?'라는 말에 자극받아 비로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다.
'좋아해요 이런거. 모르는 걸 알아가는 게 좋거든요.'
- 이마이 미도리
배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이마이. 마음이 '강한' 아이.
각본가 지망이자 설정제작인 이마이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과 정성이 감독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현실과 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선배들이 부러워요' 하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그녀는 그 불안감을 외면하지 않았다. 외려 더욱 더 열정적으로 노력하며 지금의 자신을 발전시켜나갔다. 그런 정성이 보답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나의 이야기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있다. 큰 줄기에만 집중해서는 다른 작은 사건들을 놓칠 위험도 존재한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모두 이해하고 납득할 수는 없지만 무심코 외면하기만 해서는 결국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포기하지 마. 책임을 외면하지 마.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해.'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러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본 작품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렇게 결의한 아이들이
이렇게 되기 까지의 이야기
■ 콘텐츠와 볼륨에 대해.
콘텐츠를 높이 평가한 것은 심리 연출과 사건 개연성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리묘사를 위해 밈지와 로로라는 두 인형을 등장시켰는데, 이 둘은 아오이가 늘 데리고 다니는 인형으로써(실제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오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이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독백'없는 연출을 택한 본 작품의 정적인 순간에 아오이의 속 마음을 드러내는 존재로써. 아오이의 흔들리는 감정이나 분노 의문 체념 등 주로 불평불만의 감정을 토로하고는 한다. 물론 이후로 어색할 수 있는 상황 설명을(본작에서는 특정 업계용어나 미팅상황에 대해 누군가 설명하지 않는다) 밈지와 로로가 만담으로 풀어내는 등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해를 연출한다.
< 좌 - 로로, 우 - 밈지 >
또한 사건이 연결되는 것에 대해 '특이성'을 지닌 말썽들이 출현하고는 하는데, 이들 또한 제법 그럴싸한지라 무심코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실제 업계의 진행상황을 100% 재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납득할 수 있는' 말썽을 재현함으로써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즉 한 가지 사건안에 수십개의 이벤트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유희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큰 갈래를 놓치지 않게 만들면서도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다.
등장인물 또한 굉장히 많은 편인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첫 화 등장인물 소개에서 대부분 기가 질렸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 방송이 끝나고나면 이름이야 어떻든(?) 각 부서와 업무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고 인물들 하나하나의 사정에 기분좋은 의문을 느끼게 된다. 즉, '엑스트라' 라는 개념으로 인물을 이해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몇몇은 찬조출현 급이지만)
그 덕에 작화팀에서는 어떤식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띠지를 사용하는 모습이나 원화와 동화 사이의 차이라던가 수정을 할 때는 어떤 방식을 취하는지 타임 조절은 어떻게 하는 지 등등. 깊게는 하나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과정도 다루고 있다. 그래픽팀에서는 CG를 입히기 위해 어떤 효과를 이용하는지 어떤 셀을 어떤 순서로 올리는지. 렌더링은 언제 하는지 등 흥미로운 부분도 자주 선보인다. 즉 '작화는 이렇게 합니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작업해!' 라는 등장인물의 소개와도 같은 느낌이다.
이런식으로 캐릭터의 TVA 원안 디자인 과정도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다양한 각도로
로로와 밈지를 통해 작중 작업 과정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 한해 나도 미야모리의 표정과 같지 않을까
볼륨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보통 2쿨이 하나의 내용으로 연결되는 작품에서는 (물론 제작 목표는 바뀌지만) 하나의 사건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소 억지성 있는 설정을 개입시키고는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커다란 사건을 만드는 것으로, 가령 등장인물 누군가가 새롭게 등장한다든가 나간다든가, 사랑을 고백하거나 차이거나 하는 식이다. 시로바코에서는 이런 사건 상황들을 지극히 소박하게 연출하였는데. 그 덕에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억지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실소를 흘리기도 한다. 가령 타로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타로가 사건을 만들거나. 타로가 문제가 되거나. 데스크가 나거거나. 신입이 들어오거나 하는 등등.. (어?)
제작진행의 양아치 좌 '하라오카'
당신에게 의지할 일은 없어의 주역 우 '타로'
코믹하면서도 의외로 리얼한 신입의 출현
(타로 때문에 이 두사람도 분명 정상인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전체적인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점. 모든 떡밥을 회수한 점. 사건 연출에 큰 거슬림이 없었던 점. 호흡을 놓게 만들지 않은 점. 모두 고평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본작의 진행 및 엔딩등에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나 그래픽 작업의 방법 순서 등을 연출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의 접근 방식을 제시한 것도 훌륭하다.
■ 최종 감상.
내용의 전개와 설정상의 연계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시나리오 흐름이 단연 훌륭하다. 때로는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와 연출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을 풀어냄과 별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기에 딱히 거북하거나 하지도 않다. 성우의 연기도 독특하긴 했으나 튀는 부분은 없었고 작화가 무너지는 부분도 없었다고 보인다. 또한 작중 설정을 풀이하는 과정을 시각과 청각 모든 부분에서 단기에 풀어내었기에 지루함을 느끼거나 하는 부분도 적었다. 물론 주제에 의해 업계용어가 자주 사용되었고, 그에 대한 기반해설도 부족하였으나 기술적인 표현을 별도로 나타내지 않음으로써 그리 상황전개에 대한 탈락 감을 주지 않았던 부분도 괜찮았다.
또한 5인의 소녀를 주제로 한 부분에서 '모에'를 노린 것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하나의 기획에 대표되는 다섯가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며, 인과관계를 굉장히 잘 표현하였기에 부담스럽거나 거슬리는 부분도 적었다. 또한 마무리가 되는 부분까지의 다섯 명의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도 좋은 느낌이다.
다만 이는 '시나리오 흐름으로는'에 대한 이야기고. 다섯 명의 대화나 목표가 연출상 리얼하지 않았던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고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밝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기에(결코 어두운 내용이 아니다) 이런 모임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돈 돈 어쩌고 저쩌고로 가자 같은 연출에 대해 조금 멍한 느낌도 든다.
연출에 관련해서 가끔 작중 설정 캐릭터가 나타난다든지, 전투기가 지나간다든지 하는 부분의 연출은 애니메이션의 흐름상 웃음은 나왔지만 소위 '깬다' 하는 느낌은 없었으므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100% 실화는 아닙니다' 라는 확실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할까.
각 업계 주변인에 대한 설정중 억지스러운 점은 상당히 많다. 가령 편집자라던가 외주업체라던가 광고주 같은 담당자들이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책임감과 의무감이 결여된 모습으로 표현되었기에 외려 집중이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 너무 과했다고 할까. 이런 캐릭터들의 톡톡 튀는 멘트들은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각 인물이 가지는 방향성에 대한 의미는 확실하게 전달되었고. 그 이야기가 조금 부실하거나 모자란 부분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굉장히 배울게 많았던 작품으로 생각되며, 책임과 의무에 대해 되새길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비 업계인)이 감상한 애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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